우리농

창립선언문

오늘 우리는 한국천주교 교우들의 고향사랑과 생명존중의 뜻을 하나로 모아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천주교본부”를 창립합니다.

농업은 인간과 자연이 협력하여 하느님 창조사업에 가장 친숙하게 동참하는 생명산업이요, 기초산업이며, 농촌은 모든 생명이 창조질서에 따라 공존․공생하는 생명의 터전이며 우리 모두의 고향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농업․농민․농촌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외국농축산물의 수입개방과 부적절한 농업정책으로 우리 농업은 축소․ 왜곡되고 있으며, 농심은 지치고 거칠어져 농촌공동체는 해체되고 있습니다.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 협상 타결 이후의 국내외 조건은 이런 현황을 가속화시켜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할 것이며, 수입국은 식량 조달에 급급하면서도 국내 농산자원을 포기하여 자연생태계는 빠르게 훼손될 것입니다. 영농의욕을 상실한 농민들은 농토를 묵히거나 떠나버려 우리의 밥상은 농약 투성이 수입농산물로 채워질 것이며 도시는 교통난, 주택난, 실업난이 가중될 것입니다.

농업문제는 단지 농민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 인류는 오랫동안 농업을 통해 삶의 양식을 얻어 왔을 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조화 속에 공존․공생하는 이치를 터득해 왔습니다. 농업은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는 생명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생명경시, 사회공동체 해체, 상호 불신 등 현대 산업사회적 혼란과 비인간화 현상은 모두가 농업적 삶의 가치를 포기 한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함께 살고 모두를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아내고 실천해야 하는 “결단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농업․농촌․농민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이로부터 새로운 삶의 길을 찾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도시와 농촌의 생명․생활공동체운동 만이 “함께 살고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생명의 먹거리를 제대로 나누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야 말로 우리의 믿음과 생활을 일치시키는 “참 공동체”를 실천하고 지향하는 “믿는 이들의 삶의 자세”라고 고백합니다.

도시교회와 농촌교회는 “일용할 양식”을 중심에 놓고 참된 나눔과 형제적 연대를 구체화 할 것입니다. 창조질서를 보전하기 위해 수많은 생활 공동체를 건설해 나갈 것입니다. 작은 공동체들의 공동체인 한국 천주교회는 도․농 공동체 활동과 창조질서보전 활동이라는 두 기둥을 축으로 우리 사회 전체를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사회복음화에 정성을 기울일 것입니다.

존경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길이요, 진리요, 생명” 이신 주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결단과 실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안팎의 조건은 불리한 것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믿기에, 그리고 생명․생활공동체 운동에 참여하는 교형자매들의 선의와 정성이 있기에 용기를 가지고 나섭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천주교 본부가 하느님의 뜻을 제대로 실천하도록 은총주소서!

교우 형제자매 여러분의 뜨거운 동참을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이 일은 바로 우리 자신의 일이요, 모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1994. 6. 29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천주교본부